인공지능이 사람을 인터뷰하고 대입수능을 평가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일본에는 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이 확산되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 중 하나가 기업 인사분야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첫 단계는 바로 채용 시스템의 인공지능 적용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올해부터 입사지원자들의 1차 서류전형 심사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지원자들은 채용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주요 질문에 답변을 입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가장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이다. "소프트뱅크의 5개 가치 항목 중 당신의 강점과 일치하는 항목을 알려주고, 강점을 발휘해 뭔가를 달성했던 에피소드를 가르쳐주세요.(200자 이상)" 이다. 인공지능은 지원자들의 입력내용을 분석해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했는지 판단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 사람부터 가려내는 방식이다. 인사담당자는 이런 결과를 참고해 2차 면접자를 선발한다.
일본 맛집 정보업체 '레티'(retty)는 이미 1년 전부터 인공지능 서류전형을 도입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입사지원자들의 답변 내용을 스스로 학습해 비슷한 내용이나 잘못된 문장 등을 판단해낸다. 레티의 인공지능은 단순히 OK, NG를 넘어 입사지원자들을 A,B,C,D 등으로 평가한다. 질문 내용과 답변에 따라 각 지원자들에게 적합한 분야를 제안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업, 상품개발, 기획, 마케팅, 연구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 가장 큰 장점은 채용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닛테레(NTV) 방송은 인공지능과 사람의 서류전형 검토시간을 비교했다. 소프트뱅크의 인사 담당자들이 입사지원자 5명의 답변을 검토해 부적격자 한 명을 골라내는 실험인데, 인공지능을 조작한 오른쪽 여성 분은 단 18초 만에 끝낸 반면에 왼쪽 남성 분은 4분 27초가 걸렸다. 압도적으로 인공지능이 빨랐다. NTV 방송은 "다섯 명 가운데 엉뚱한 답변을 한 1명을 인공지능도 정확히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미 2차 면접까지 인공지능에게 맡기려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탤런트 앤 어세트먼트'(T&A)사는 소프트뱅크의 소형로봇 '페퍼(pepper)'에 인공지능을 설치한 '샤인(SHaiN)'이라는 인공지능 면접관을 개발했다. 우선 입사지원자들은 사전에 받은 QR코드를 로봇 얼굴에 제시해 신원을 확인받는다. 이후 페퍼가 하는 질문에 말로 답변을 한다. 제가 받은 질문은 "곤혹스러운 경험을 극복한 방법은 뭐였느냐?" "결과는 어땠느냐?" 등이었다. 지원자들의 음성 답변은 파일로 저장된다. 또, 텍스트(text) 파일로 자동 전환되고 이 텍스트 내용을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방식이다. T&A 측은 현재 스마트폰 버전도 개발중인데, 언제 어디서든 24시간 면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업은 더 많은 인재를 검토할 수 있고, 지원자들도 편하게 면접에 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채용 인공지능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론 주관식 텍스트를 분석 채점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런 기능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0년도 대학 입시 센터 시험(우리의 대입 수능시험)에 인공지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문부성은 "응시자 수 53만 명의 채점을 800명에게 맡긴다면 20∼60일 정도가 소요된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인공지능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실상 첨단기술과 효율을 중시하는 우리나라가 더 빨리 적용할 수도 있다. 일본 업체들은 향후 10년 내 신입사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의 인사평가도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객관적인 업무 성과 수치를 인공지능이 평가해 인사담당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에게 사람이 평가받는 시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바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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